어느덧 대만 여행기도 시즌 5에 접어든다.

하루 이틀 단기 방문을 제외하고 제대로 휴가를 보내기를 다섯 번째.

이번에는 까오슝(高雄/고웅)이나 타이페이(台北/대북)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작년에만 열 네번을 다녀오니 슬슬 도시가 질리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스쳐 지나갔던 그녀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이제서야 겨우 대만의 진짜 매력을 느낄 줄 알게 된 것인지.

 나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시골로 향하였다.


대만여행 시즌5 / 나는 자연인이다!

 - 타이루거 편(0.프롤로그)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내가 어릴 적, 직립보행을 시작했을 때. 동네의 배추장사 트럭과 자주 마주쳤다. 머지 않아 나는 배추장사 흉내를 내었고, 부모님은 이사를 결정 하였다.(분명 교육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가 터 큰 이유겠지만...)

 아파트로 새로이 이사하였는데,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NG를 썼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가스통 배달이 왔고, 나는 배게를 가스통 삼아 운반하는 흉내를 내었다. 그리고 우리집은 다시 이사하였다.

 이번에는 학교 옆으로 이사하였다. 집에서 학교까지 뛰어서 8초 거리. 그 때부터 나는 공부를 시작하였다.(물론 학교공부라고는 안했다. 초등학교때는 고생대 순서를 외웠고,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을 외웠으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기초 터키어 단어를 외우고 현대 축구전술에 대하여 공부했다...)

 수능에서 피보고 나서 우리집은 다시 이사를 하였다. 지금 있는 이곳은 엄홍길의 자랐던 동네이다.

 그렇다. 나는 이제부터 산을 오른다.


 지금까지 살면서 정상에 오른 산은 몇 되지 않지만, 운동을 지질히도 싫어하고 비대한 체구 치고는 좀 올라본 편이다.

 불암산, 수락산, 인왕산, 관악산, 도봉산, 마니산, 한라산. 올랐다고 언급하기 부끄러운 산들도 있다. 계양산, 남산, 북악산, 백두산...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산은 관악산이었다. 사당역에서 출발했는데 시작부터 길을 잘못 들어 뱀도 보고, 나뭇가지 더미를 밀어붙이며 길도 만들고 밧줄도 타고... 겨우겨우 계단길을 만났을때의 그 기쁨...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최고봉이라는 한라산보다 더 어려웠다.


 한라산을 오르자, 외국 산이 궁금해졌다.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이 중국 산동의 태산.

 태산이 높아봐야 하늘 아래의 산이 아닌가. 정정당당하게 홍문코스로 정상까지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갔다. 그것도 오르다가 말동무 된 사람의 짐까지 들어주면서...


 정작 대만을 좋아하고 그렇게 많이 가면서 산을 제대로 올라본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양밍산(陽明山/양명산)은 고사하고 101무역센터가 보인다는 샹산(象山/상산)조차 올라본 적이 없다.


 괜찮아. 제일 높은 산 오르면, 그 나라 산은 다 오른거나 마찬가지야.

 그리 생각하며 대만의 최고봉 위산(玉山/옥산)에 대해 조사하는 중... 이것은 셰르파도 필요하고 입산 한달 전 허가까지 필요하단다.

 허가가 필요 없는 산 중에서 볼만한 산을 찾아보니 허환산(合歡山/합환산)이 나오더라.

 그래! 올해 남은 목표는 대만의 허환산과 일본의 후지산(富士山)이다.

 후지산은 다다음주에 가고, 이번 주는 후지산 대비 훈련 겸, 허환산을 오르는거야!

 타이중(台中/대중)을 거쳐서 서쪽에서 올라간 다음, 하루 묵고 화롄(花蓮/화련)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合歡群峰.JPG


정말 끝내주지 않은가! 고도가 높아지면 나무도 없고, 윈도XP 배경마냥 잔디나 갈대로 가득하다. 게다가 대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봉. 중간까지 차를 타고 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3천미터가 넘는 산을 올라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복욕이 불타 올랐다. 올라가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어질까?

하지만 많은 등산가들은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고들 한다. 산이 허락해줄 때 비로소 오를 수 있기때문이라는데, 저깟 일반인도 오르는 산이 무슨 허락이 필요하리.

 하지만 나는 결국 허가받지를 못하였다.

 날씨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우예보가 떨어지고, 여행사 카풀도 운행이 될지 당일 되어봐야 안다면서 계획은 취소되었다.

 내가 항상 그렇지... 뭐...

 덕분에 목숨이 붙어있는 것일테고...


 날씨가 좋은 다다음주로 재차 미루고, 이번에는 도착 베이스(?)인 화롄을 가볼까.

 나의 화롄여행은 이렇게 차선책으로 시작되었다.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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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돌이 돌돌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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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좀이 2017.07.10 00: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람이 많이 와도 그게 다 산이 허락해주는 거였군요. 맨날 일 안하고 날림으로 일처리해서 다 통과시켜주다가 돌돌이님 가실 때에만 정신 차리고 일했나봐요555+

  2. 2017.07.10 00: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Darney 2017.07.10 23: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 멋져요.. 사진도 멋지지만 글이 참 와닿네요.
    저도 산 근처로 이사를 가야겠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