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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연대기/중화권

대만여행 시즌5 / 나는 자연인이다! - 타이루거 편(1.타이페이를 헤매다)

by 돌돌이_ 2017. 7. 12.

 처음 본지는 7년. 다시 보게 된지는 6년. 정식 수교(?)한지는 5년되는 대만 친구가 있다. 내가 아는 화롄(花蓮/화련)에 사는 화련양위(花蓮兩位) 중 하나인 루시 누나이다. 한국에서 무언가를 사서, 대만으로 돌아가 판매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이 누나와 나는 항상 타이밍이 지독히도 안맞는 인연(?)이 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적. 휴무일때 누나가 체크인을 하여 만나지 못한채 돌아가고, 막상 또 다시 오니, 내가 대만에 여행가 있고, 다음에 또 오니, 내가 제주도에 근무하게 되었고...

 어떤때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엇갈려서 공항에서 본 적까지 있다. 한명은 출국, 한명은 입국.

 이 운명은 이번주까지 이어졌다. 내가 화련에 간다고 하자, 누나는 딱 맞춰 한국에 온다고. 그럼 어쩌나... 어쩌긴 어째, 또 공항에서 만나야지.

 헬조선에서 화이팅 하라 하고 나는 귀도(鬼島:우리가 헬조선, 지옥불반도 하는 동안, 대만사람들은 스스로의 섬을 귀신섬이라고 저렇게 비하해서 부른다.)로 향했다.


대만여행 시즌5 / 나는 자연인이다!

 - 타이루거 편(1.타이페이를 헤매다)


인천공항이 많이 실망스러워졌다.

밤 시간대가 아닌 이상 짐검사 들어가기 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어떨때는 유독 한 쪽만 사람이 몰리는데, 이를 해결해주는 화면이 각 입구마다 비치되어 있었다.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이 어느쪽이고, 지금 어느쪽은 여유롭다던지...

 언제부턴가 이런 화면이 없어지고 지카바이러스 위험한 동네, 입국금지국가 목록 따위만 표시하고 앉았다. 입국금지국가 목록을 공항까지와서야 확인하겠냐? 그날 그날 바뀔 수도 있다는데, 그런 동네 가는 사람이 뉴스나, 외교부 자료도 안보고 다니겠냐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쪽이 헬게이트고, 어느쪽이 헤븐 게이트인지라고...

 그뿐이랴, 한자까지 틀린다.

 중국에 가니 한글표기가 웃기게 된 곳을 많이 보았다.


이건 약과다...

 그런데, 서울에도 엉망인 곳이 많다. 공짜를 뜻하는 무료(無料)가 심심하다는 (無聊)로 되있는 등... 생각해보라. 잘못 쓴 무료WiFi가 저들에게 어찌 보일지를. "재미없는 WiFi". 분명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키득거리겠지.

 아니, 외국인들 그렇게 드나드는 인천공항도 엉망이다.


분명 정지(靜止)라는 말이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지는 혹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사실 저 정지를 나는 과학시간에 본 것 같다. 우리가 아는 스돕의 의미가 아니라 과학용어로...

STOP의 의미를 살리려면 정지(停止)가 맞지 않나?

정말 궁금해서 그럽니다. 아시는 분은 덧글좀...


 카운터에서 티켓을 발권해줄때 좌석도 같이 지정해준다. 그곳 사람들은 손님들의 클레임을 최대한 방지하기위해 되도록이면 같은 국적의 사람들을 한 곳에 앉게 한다. 냄새에 민감한 우리어머니는 아랍 사람이 옆에 앉기만 해도 테러로 간주하시던데, 바로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왕 대만 가려면, 옆에 대만 사람이 앉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여행정보도 좀 캐낼 수 있고. 같은 방향이면 더 좋고. 다년간 여러번 비행기를 놓치거나 아슬아슬하게 보딩해본 적이 있는 나는 한가지 비법을 찾아내었다. 바로, 늦게 체크인 하기!

 상술했다시피 발권하면서 좌석은 같은 국적끼리 몰아준다. 그러다보면 마지막 쯤 되어 어쩔수 없이 국적이 섞이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작전은 성공했고, 옆에는 대만모녀가 앉았다. 오래지 않아 그녀는 내가 중국어를 할줄 안다는 것을 발견하고 대화를 트기 시작했다.

 그녀는 타이중(台中/대중)에 집이 있는데, 만약 허환산(合歡山/합환산) 날씨만 괜찮았더라면 나도 같은 방향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화롄으로 향할 예정이라 하니, 차가 만석일까 걱정이랜다. 아직 대한민국 영공을 날고, 여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저주야...

 『화롄가는 차가 한두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오늘 중에만 갈수 있으면 상관 없어요. 분명 있을거예요.』

 그녀는 지지않고(?) 요즘 휴가철이라 표가 없을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도 오늘은 화요일. 평일이잖아요. 아무리 휴가철이라도 화요일에 놀러가진 않을 것 같은데...』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역시 경험을 이길 수는 없는듯.


 해변가를 따라 날던 비행기가 쿵 하고 뒷바퀴를 찧었다. 역추진이 일어나면서 승객들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듯이 타오위안(桃園/도원) 국제공항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승무원의 방송이 나왔다.

 한참을 밍기적거리며 택싱(Taxing: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주기장으로 이동하는 과정)하다 멈추다를 반복. 모든 사람들이 벨트등만 쳐다보고 있었다. 땡 소리와 함께 꺼지는 순간 모두들 후다닥 벨트를 풀고 각자 짐을 챙겨 일어서기 시작했다.

 다들 빨라봐야 나를 이길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배낭을 가지고 왔걸랑~ 짐도 안부치고 요대로 이미그레이션 통과하면 대만월드가 펼쳐져 있다!


 이미그레이션 외국인 줄에 섰는데, 내국인(대만사람들) 부스가 비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뒷줄 사람들을 그곳으로 안내하였다. 예전부터 줄곧 대만에서 살고 싶어 했는데, 대만국적자 부스에 서서 입국수속을 받으니 느낌이 묘했다. 인증샷이라도 남기고 싶었지만 여기는 사진불가 지역이라...


그래! 이맛이야! 오전인데 30도 돌파.

아예 시뻘겋게 더위먹지 않게 조심하라(小心中暑)고 나와있네.

옆에 샤워실 표시에 자꾸 눈이 가는 그런 날씨...


 나흘치 심카드를 개통하고 곧장 새로 생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외국인들이 매표소 앞에 설때, 나는 지난 번 충전해둔 이지카드(悠遊卡:요요카드, 타이페이 교통카드)로 바로 개찰구 통과! 스스로 완벽하다고 자뻑하며 열차에 올랐다.


 타이페이역에 도착하여 화롄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 자판기 앞에 섰다.




뭐야이거 당황해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어버버 하다가 화면이 지나가버렸다. 재도전! 역시 같은 화면. 입석표는 팔지 않습니다...라는 내용. 만약 기차표가 다 팔리면 입석표를 파는데, 이번 시간대 기차는 나름 준고속이라 그런지 입석을 팔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른 시간대도 모조리 뒤져보고, 혹여나 입석으로 가다가 중간에 앉아갈 수 있는지, 중간역 출발도 모두 확인해 보았지만 모두 팔리고 없음!! 뭐, 괜찮아. 나름 인지도 있는 화롄시인데 버스 하나 없겠어?

 이럴 뗀  야후를 봐야지.

 『台北到花蓮 客運(타이페이에서 화롄 버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직통버스 없다...

 찬찬히 페이지를 내려보니 내게 아주 필요한 정보가 튀어나왔다.

 『我又買不到花蓮的火車票了?那就坐客運吧!(나 또 화롄행 기차표 못샀어. 그럼, 버스타고 가면 되지!)』

 내용인 즉, 버스와 기차 묶음 기차표를 사서, 버스를 타고 최대한 화롄시에 접근한 뒤, 그곳에서 기차를 타는 대만에서는 이런 표를 연운표(聯運票)라고 한다.

 타이페이역에서 가장 가까운 씨티은행을 찾아 대만돈을 인출 한 뒤, 다시 타이페이 버스터미널쪽으로 왔다.

 작년에만 열 네번을 온 곳이지만, 타이페이역은 올 때마다 헷갈린다. 안내도가 어느 쪽에 무엇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지만, 가장 중요한 "그렇다면 어느 방향 길로 가야하는가?"가 전혀 쓰여있지 않다. 마치 도로표시가 없는 행정구역지도 같이 되어있어 한번에 목적지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 건물 안에서 기차표 못사서 밍기적거린 것 부터, 환전과 버스표 구매까지 한시간은 버렸으리라.

 그 와중 이 뚱뚱한 배때기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때 마침 내 눈 앞에는 기차역 도시락이 눈에 띄었다. 순간 군침이 돌았고, 나는 내가 너무나도 미웠다.


이것 말고도 더 작게하는 곳도 많다.

여행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보면 나름 명물 에키벤(駅弁)인듯.


  그동안 대만에서 너무 먹어제껴 7kg이 쪄 있었다. 이제부턴 운동하러 대만 다닐거라며 시골을 택했는데...

 그래서 도시락은 패스.


이것이 바로 연운표(聯運票)라는 것! 작은 것은 기차표, 우측 큰 것은 버스표.

뤄동(羅東/나동)까지 최대한 접근해서 기차를 탈 요량이었다. 그래서 버스는 타이페이 출발, 뤄동 도착. 기차로 뤄동출발, 화롄 도착!

동부가는 버스는 카말란(葛瑪蘭/거마란, 갈마란) 고속에서 담당한다.

한국처럼 목적지 별로 매표소가 묶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별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대만에서 배낭메고 좀 놀아야 차질없이 표를 산다. 우리로 친다면 광주터미널에 갔는데,

 전주고속 매표소랑 금호고속 매표소가 따로 있고, 각자 자기 창구에서 자기 노선의 버스표를 파는 형태이다.


본래 타이중 통해서 허환산 가려 했는데, 그 계획은 다다음주로...

표시된 바와 같이 중부는 또, 통련(通聯/U-BUS)가 잡고 있다.

어느지역에 어느 회사 버스가 가는지 모르면 곤란한 대만 지방여행...


이제 한시름 놓으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세븐(대만에선 세븐일레븐을 저렇게 말한다)에 가서 오뎅과 맥주를 사, 대기실에 앉았다. 부천 소풍터미널이 복층구조로 되어있는데, 여긴 버스 타는 곳이 4층까지 있다. 대만여행 시즌1 시절에 까오슝(高雄/고웅)에서 밤차 타고 타이페이역까지 왔는데, 그때도 와서 한참을 헤매었지... 버스가 정차한 곳은 한국 생각하고 당연히 1층이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출구가 보이지 않던 기억이 났다. 알고보니 3층...

 버스를 타고 대만에서 가장 긴 터널인 쉐산터널(雪山隧道/설산터널)을 지나자 동부특유의 아름다운 산세와 함께 이란(宜蘭/의란)이 들어섰다. 매번 이 곳을 올때마다, 왜 오나라의 황제 손권이 이 섬을 그리 먹고싶어 했는지 팍팍 느껴진다. 이란은 빵도 맛있고...

 잠시 멍을 때리자, 어느새 버스는 뤄동(羅東/나동)역 앞에 도착했다. 뤄동은 동부 들어가기 전, 마지막 씨티은행 지점이 있는 곳이다. 만약 환전액이 충분치 않다면, 이곳에서 인출해야 한다. 더 들어가면 씨티은행이 없으니까...


 나는 연운표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작은 기차표를 들고 그냥 기차를 타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인지.

 막상 타는 곳으로 가려니, 검표기계가 나를 막고 서 있었다. 연운기차표는 검표기 투입구와 사이즈가 달라 이걸 쑤셔 넣자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결국 창구로 가서...

 "실례합니다. 제가 외국인이라 잘 몰라서 그런데... 이걸 기차 탈때 그대로 가져가나요?"

 직원이 보더니 옆에 아주머니 직원에게 묻는다. 뭐야... 처음인가? 한참 서로 이야기를 하더니 기차표를 준다. 그리고 기존 연운표에는 사용인장을 찍는다.


졸지에 공짜 기차표(기차표에 표기 된 영수액이 0원이기때문에)를 겟!

입석차인 줄 알았는데, 자리가 있단다. 다행이다.

기차는 부흥호. 우리나라 무궁화호 클래스인 것 같은데.


대만 기찻길은 지하철길보다 확실히 폭이 좁다. 철덕들은 이걸 협궤라고 부르더군.

케이프 궤간이니 뭐시기 궤간이니 명칭도 많지만, 뭔지는 잘 모르겠고,

일단 한국보다 폭이 좁은게 협궤는 확실하다.


하지만 차량 사이즈는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기차는 분명 부흥호인데, 수동으로 열고 닫는 것이 전혀 부흥하지 않게 생겼다.

난 저걸 타고 식민지 시절 카렌(花蓮)쨩을 찾아 나서는 일본인 탐험가처럼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더위에서 졸다 깨고를 반복. 해가 스멀스멀 질 쯤 화롄(花蓮)에 도착했다.


 대만의 네임드급 역 중에서 최악의 역사(驛舍)를 꼽으라면 나는 0.8초 이내에 화롄역을 택할 것이다. 사나흘로 일반인들이 오기 힘든 동부의 미항 화롄에 온 인증샷을 찍으러 역 앞을 돌아다녔는데 진짜... 대만 사람들이 겉모습보다 속을 더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게 속을 중시했다.

결국 사진 찍을 곳 못찾고 숙소로 이동.


화롄 앞바다는 막바로 태평양과 이어진다. 고래도 볼수 있고.

드러난 지느러미만 하얗게 되어 디테일이 깨알 같은 보도.


원래, 친구집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려 했으나, 손님이 꽉차서 부킹닷컴 통하여 특가인 곳을 선택.

베란다도 있고, 빨래 건조할 수 있는 작대기도 있어 아주 좋았다.


에어콘도 빵빵하고 침대도 굿! 사이즈도 괜찮고, 화장실도 좋음.

위치도 기차역에서 13키로짜리 배낭메고 천천히 걸어 15분.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였다. 아버지가 오려다가 외국인이라 하니 젊은 아들이 같이 왔다. 아버지는 날 보더니

 『뭐야, 중국어 하는 외국인이잖아... 혼자와도 될 뻔 했네.』

 그런데 아저씨는 영어도 잘만 했다.


 친구에게 화롄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고 통보했다. 위치가 어디냐는 답신이 왔고, 나는 주소를 써 주었다.

알고보니...

 이 숙소는 친구 바로 옆집인 것이다... 굉장히... 좀... 뻘쭘하겠는데...

 아침에 머리도 안감고 빨래하러 코인세탁소 가다가 마주치면 어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또, 혹시 두 가게가 경쟁상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나도 가게에서 일을 해 보았지만, 한국 대다수 옆가게 동종업이면 경쟁각이 선다. 물론, 오버부킹때는 서로 상부상조 하는 경우도 많지만 옆가게 아줌마한테 머리끄댕이까지 잡혀본 나로서는 이웃과 화목한 동종업은 상상이 쉽지 않다.

 다행히 두 가게간 사이는 나빠보이지 않았고, 내 친구도 내 숙소에 와서 사장님한테 『친구가 머물고 있으니 잘 좀 해달라』라 농담스레 말하기도 하여 일단 안심.


 대만에 오면 여권에 도장도 찍지만 내 뱃속 도장도 찍어야지. 야시장으로 Go!


화롄에서 가장 큰 동대문 야시장.

나는 이게 청나라 시절 성곽 동쪽 문에 붙어있어 이런 이름이 지어진 줄 알았으나...

그냥 한국 동대문이 잘나가니까 시골동네에 사람좀 모아보고자 몇년 전 새로 조성한 인조(?) 야시장이라고...

그래서 이름 들으면 오글거리고 쪽팔린다나... 난 그것도 모르고 눈치없이 친구에게

 『우와! 화롄에도 동대문 있네!』 함.


 동대문 야시장 꽤 괜찮았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 그런지, 사람이 많고, 길거리 공연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히거나 돌아가는 것 없이 동선이 좋았다. 음식도 다 평타 이상으로 괜춘.


역대급 음식 발견!

외국인이 싫어하는 한국음식 김치!

외국인이 싫어하는 대만음식 취두부!

둘이 합친 김치 취두부!


누구를 위한 음식인가! 이거 대체 누가먹냐... 라고 페이스북에 올리니...

한국으로 시집온 대만친구가 이렇게 덧글을 달았다.

『맛있는데 왜 그래』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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