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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축구이야기

'08 K리그 마지막 홈경기 인천 1:3 수원

by 돌돌이_ 2020. 11. 20.

군에서 K리그 인천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휴가를 얻어 부모님과 함께 문학구장을 찾았다.

지난번(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을 획득한 날) 보다북적이는 관중에 가슴이 설레어, 뉴욕을 처음 찾은 어린 남부 아이처럼 경기장을 향해 달렸다.

이곳을 통과하면 열정과 환성의 근원 피치(Pitch)란 말이지. 축구팬에게 이 곳을 통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게 아찔하다

 

중립석이 꽉 찼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바로, 한산한 홈 서포터 석이다. 많은 사라들이 서포터 석에서 중립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얼마전 있었던 불미스런 일때문일까. 상대팀 서포터와 몸싸움이 있었다는데, 홀홀 단신이면 모를까. 가족과 함께 찾은 사람이라면 열정보다는 안전을 원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수원은 많은 서포터를 거느리고 다닌다. 그날 문학경기장 앞 막걸리 집에는 수원 젊은이들 밖에 안보였다. 서포터 수가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인천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바로 걸어오는 이유도 있다. !!!!그나저나 우리 문학경기장 뒷배경 단풍이 아름답지 않은가!!!! 주변이 야산으로 둘러싸여있어 산냄새가 가득하다. 예전 유로2004 경기때 사용 된 포르투갈에 있는 깎아지른 절벽 옆에 지어진 구장도 이런 느낌일까...

 

선수들이 입장하였다. TV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사실 TV보다는 이게 오리지날이지!

 

수원의 일자 수비진과 그것을 주시하고 있는 주시하는 선심

 

각자의 방식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 나는 가끔 사람들을 보면 대체 왜 왔을까 의문이 든다. 나야, 여자보다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특히, 아빠는 바빠서 못오고 엄마가 큰아들 손잡아 걸리고 작은아들 포대기로 업어 중위권에서 상대방 자책골로 근근히 먹고사는 팀의 경기보러 오는 모습. 이 모습에 또, 인천유나이티드 시민구단이란 존재 자체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진다

 

인천이 수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역시 인천!이라고 외치며 관람한다. 인천의 슈팅이 수원 골대를 맞추었을때, 사람들은 탄식하면서도 예감이 좋아서 웃었다. 오늘은 닭(수원의 마스코트)잡아 먹는 날!

 

하지만 (인천 사람들의)예상과는 달리... (제3자들의)예상대로 수원은 강했다. 수원은 선전해서 선제골을 넣고, 이거 두번째 골을  넣고. 세번째 골은 인천이 포기해서 먹혔다. 수원 서포터들은 살판났다

 

인천 서포터는 한동안 응원소리조차 내지못하였다. 묵념하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응원을 시작했다. "정신차려 인!천!" 그들의 구호였다. 나, 짧지만 인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지켜보았다. 하지만 응원구호 "할수있다! 인!천!", "일어나라! 인!천!"은 들어봤어도 "정신차려 인!천!"은 처음 듣는다. 무기력한 플레이. 자포자기성 플레이에서 세번째 골이 터졌을때 어느 누구 가슴이 배신당한 것처럼 안아팠겠는가. 우선은 선수들이 미웠다. <인천은 내 청춘의 마지막 영혼>이라는 가사의 응원가가 있다. 내 청춘의 마지막 영혼이 자포자기하는 플레이로 상대에게 3골이나 내어준다는 말이 되는데, 이거 꼬라지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장미빛 인생>이란 노래에 나오는 <개 같은 내인생>이란 거친 가사가 떠올랐다

 

인천이 왜 인천인가! 포기하지 않아서! 노력-희생-인내! 3덕목으로 '05시즌 준우승을 일궈낸 신화의 팀 아닌가. 포기하는 인천. 그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선 인천의 무기력한 플레가 보이니 다들 속이 끓었는지 자리를 무더기로 뜨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뛴 선수들이라 너무 매정하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이 또한 축구팬 방식의 애정표현이다.  오히려 인천에 대해 애정이 없다면... 모두가 국가대표 소속인 이운재, 백지훈이 또 어떤 플레이를 펼치면서 인천을 괴롭히나 끝까지 남아서 구경해야할 것이다

 

홧술 먹으러 간 사람들의 빈자리가 눈에 확 띈다. 한국 축구인의 주류라고 할수 있는 다혈질의 축구광인 조기축구회원 아저씨들은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심판이 인천의 패널티킥을 선언하자 닭팀 선수들이 어필하고 앉았다

 

"저런건 퇴장시켜버려야해!" 페널티킥도 오늘의 분풀이를 하기엔 모자른가보다. 하지만 이 한골에도 사람들은 기뻐했다. 봐라. 팬들이 원하는 건 우승도, 플레이오프 진출도, 승리도 아닌 단 한골! 한골이다

 

오늘. 무딘 인천의 역습 공격에 이운재 선수 심심했을 텐데, 벼락처럼 나타난 페널티킥을 실점하고 마는 아찔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골을 넣어도 진다. 이상하게 인천 골잡이 라돈치치는 무의미한 슬픈 득점을 하는 일이 많다.

 

가을과 함께 인천의 '08시즌 축구도 끝났다. 다음 시즌에는 군 제대와 함께 시작이다! 인천아! 기다려라. 입대전처럼... 내, 부산까지 쫓아가 응원해주마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요즘 유럽축구도 박지성 때문에 맨유경기만 줄창 보여주는데... 가끔은 아예 차라리 해외파 선수 없어서 이 경기, 저 경기 다양하게 볼 있으면 좋겠다는 투정이 부리고싶은 사람은 나뿐일까...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는 예전 FC포르투 처럼 돌풍이 한번 크게 몰아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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