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아, 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우주에 관한 책을 보고, 중학교 때는 천문 특활에 들어가 태양의 흑점을 관찰하곤 했어요. 때문에 딴에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하늘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고 생각했지요.
보름이 좀 지나 하현에 접어들었을 때, 운 좋게 천문대에 방문할 시간이 있어 예약을 하고 가장 기초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어요.
일반적으로 달이 밝게 떠 있을 때는 별 관측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별 보기는 포기하고 달을 보겠거니 생각하며 천문대로 향했어요. 점점 산골짜기로 들어갈수록 달빛은 강렬해졌고, 천문대에 도착했을 때는 그 빛이 매우 거슬릴 정도로 찬란했지요.
하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이 있는데, 달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보름달은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 표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야 지형이 잘 느껴지는데, 보름달은 그냥 밝기만 하니까요. 정오보다 해 질 녘에 그림자가 길어져, 지형이 잘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한국은 겨울철이 건조하여 별 보기 좋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겨울 하늘을 보아왔어요. 여름 하늘을 이렇게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여름철 별자리도 잘 몰랐고, 큰 관심도 없었어요. 그나마 그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일까. 달이 정말이지 무지막지 밝아서, 그 밝다던 알타이르도 맨눈으로 찾는 데 시간이 걸렸네요. 1200미터 광공해가 없는 산꼭대기라면 금방 보여야 할 텐데, 목성과 토성이 오히려 밝아 보입니다.
어두운 별들을 보다가 망원경을 달로 돌렸어요. 접안렌즈에서 강력한 빛이 쏟아져 소위 '눈뽕'을 맞았습니다. 처음 눈을 렌즈에 대는 순간, 아주 짧은 순간, 이러다가 실명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밝은 빛이었습니다. 잠시 후 동공이 닫히자 달의 지형이 제 눈앞에 펼쳐졌어요. 지금이야 과학이 발달하려 달에 탐사선도 보내지만, 예전 저것을 그저 바라볼 수 있기만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신기하고 답답하여 가슴을 치고 발만 굴렀을까 싶어요.
오늘의 배운 점
1. 별보기는 역시 달이 없을 때 가야 한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2. 목성, 토성, 달을 한꺼번에 보니 태양계가 내 눈앞에 펼쳐지며 우주가 보이더군요.
3. 10만원짜리 보급형 쌍안경으로 목성과 토성을 보면 옆에 아주 똥가루처럼 반짝이는 게 있는데, 그거 갈릴레오 위성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죠. 그 작은 것들, 그 먼거리에 있는 것들이 저렇게 보이다니!! 하면서요.
조경철천문대
강원 화천군 사내면 천문대길 431 (사내면 광덕리 산 2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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