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4강까지 올라왔다. 상대는 잉글랜드, 항상 국가대표에서 이상하리만큼 힘을 못쓰는 팀인 잉글랜드가 60년만에 우승의 문턱까지 왔다. 한국도 준결승까지 올라온 것은 24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양 팀은 힘들게 이 자리에 올라 온 만큼 그 누구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실력 뿐 아니라 운까지 모두 따라주어야 허락 된 곳이 바로 준결승전이라는 것을 월드컵 96년 역사가 보여준다.
중앙에서 공방전을 펼치던 두 팀의 승부가 시작 된 것은 전반 13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절정을 기량을 보이고 있는 메이슨 마운트가 한국 수비수의 반칙에 걸려 넘어지면서부터였다.
경기 초반부터 실점을 한 한국. 선수들은 대역전을 이룬 지난 브라질 전을 떠올리며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꽤나 까다로운 팀이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괴롭힌, 중원을 두텁게 하고 유기적인 움직임과 빠른 측면공격을 골고루 사용해온 한국과 매우 흡사한 플레이를 하였다. 축구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을 닮은 팀과 마주하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은 부족했고, 막무가내로 그들에게 까다로운 작전을 주문할 수는 없었다. 이것이 한국의 한계인 것이다.
전반 31분 잉글랜드는 또 같은 방법으로 기회를 만들고, 때마침 한국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는다.
양팀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잉글랜드는 한국과 비슷한 전술을 쓰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당한 체력소모를 필요로 한다. 잉글랜드는 어떻게든 이대로 경기를 끌고가려 했고, 한국도 전반만큼은 추가 실점 없이 끝내길 기도했다. 그렇게 45분은 지나갔다.
이대로 경기를 끝낼수는 없었다. 전반전에 1실점으로 끝나거나 한골이라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쩔 도리가 없다. 역시 미드필더를 전방으로 올리고 빌드업을 생략한 직선적인 롱패스 위주의 축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패착이 되어 돌아온다. 후방에 공간이 많이 생기는 만큼 잉글랜드에게는 기회가 늘어났다. 선수들은 개인 기량과 순간적 기지로 잉글랜드의 공격을 끊어냈다. 파울도 늘어났고 상대편의 프리킥 기회도 늘어났다.
4:0 비현실적인 스코어로 한국은 패배하였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마지막에 지더라도 무언갈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럴 힘 조차도 없었다. 주전과 후보의 차이가 커, 토너먼트 후반부에 힘이 실리지 못한 것은 한국 축구의 한계이자 현주소였다.
이번대회 단 1실점만 기록했던 한국은 이번 한 경기에서만 4실점을 하였다. 추가 실점만 없다면 최우수 골키퍼 수상자를 배출하는 팀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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