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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게임이야기

[PES2021 연대기 05] 26년 월드컵 8강전 한국vs브라질

by 돌돌이_ 2024. 3. 3.

 결전의 날이 밝았다. 모든 팀이 그렇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체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로테이션을 돌렸지만 원하는 만큼 회복되지는 않았다.

입장을 준비하는 선수들

 
 일반적으로 브라질은 개인기를 살린 오밀조밀한 플레이를 하는 팀으로 알려져있으나 지금은 선굵은 축구도 곧 잘 구사하는 팀이다. 어떤 전술로 나올지 모르는 이 순간,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공격의 길목을 차단하고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며, 빈공간과 실수는 서로 잘 메꾸어줄 수 밖에 없다.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비겼을 때 조급해지는 것은 저들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잃을 것이 없음을 상기시키고, 결과에 신경쓰지 말고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하다 가자고 하였다. 하지만, 그 뜨거운 격려가 식기도 전인 전반 2분..
 후방에서 몇번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플레이에 선수들은 우왕좌왕 하였고, 브라질 공격수들은 숫적 우위를 가져갔다. 측면에서 왼발 전문가 네네(Nenê)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중앙에 두명의 공격수가 쇄도하면서 우리의 수비수들을 유인하여 들어갔기에, 모두 패스 루트를 의식하며 수비에 임했다. 하지만 네네는 예상 밖으로 직접 왼발로 골대를 향해 볼을 밀어 넣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터진 브라질의 선취점

 
 중요한 경기에서 브라질에게 실점하는 팀은 대부분 이것이 대량실점의 시작이 아닌가 의심한다. 아직 전반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그들의 공격을 막아낼지 염려스러웠다. 최대한 상대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볼을 점유해보지만, 이미 네명의 수비수가 모두 들어가 있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몸싸움을 걸어왔다.
 전반 10분 쯤 되었을 때, 브라질은 같은 루트로 한번 더 공격을 해왔다. 이런 상황이 다시 벌어지면 선수들은 '아까 있었던 장면이니, 이번에는 대처할 수 있어!'라고 할까? 아니다. 실점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며 실수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브라질은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우리 수비수는 상대 발에 머리까지 갖다대며 롱패스를 끊었다.
 브라질의 무서움은 비단 공격력뿐이 아니다. 도무지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으니, 자연스레 선수들은 예전 습관대로 롱패스 일변도로 공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은 패배로 가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보였다.

브라질의 수많은 수비수와 악착같은 플레이

 
 본래는 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로 약속하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수들 간의 팀웍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반전을 어떻게든 1:0으로 끝내고 나는 선수들에게 수개월동안 우리가 연습해온 플레이가 아닌, 이 순간 하고싶은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롱패스와 역습이 그것이다.
 전반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측면 역습과 롱패스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브라질 수비가 전형을 갖추기 전에 파고들었는데, 그들은 개인 기량으로 우리의 기회를 모두 무산시켰다.
 브라질 공격진이 공을 몰고 오면 우리 선수들은 모두 들어와 밀집 수비를 하였다. 브라질은 이를 즐기는 듯, 농락하며 차근차근 공격을 전개하였다.

추가실점만큼은 막고 싶은 한국 선수들과 이를 즐기는 브라질

 
 전술적 변화가 필요했다. 지친 박주호, 이근호, 이강인을 불러들이고 공격형 미드필터를 맡고 있는 남태희를 올려 2명의 공격수를 배치하여 4-4-2로 바꾸었다. 이대로 끝나나 실점하고 끝나나, 패배는 매한가지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속도를 살린 예전 포메이션으로 돌아간다. 볼 점유를 생략하는 빠른 측면 공격은 한국 축구의 DNA이다. 굳이 전술적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한국 선수는 자신이 어떻게 플레이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올렸다

 
 브라질은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브라질이 겁을 먹고 굳히기를 들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이 조급하여 공격에 치중할때, 브라질은 수비인원 우세를 점해 촘촘한 방어벽과 패스 루트를 만들면서 역습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던 중, 브라질의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그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 작은 행운이었지만 그 작은 가능성을 위해 그것이 부스러질 만큼 힘껏 움켜쥐었다. 72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섬세한 팀플레이를 통한 마무리

 
 관중석은 함성으로 물결쳤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동점골이 터졌다. 이제부터 이 상황을 괴로워 하는 팀은 브라질이다. 조급해진 그들은 거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심리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서는 순간이었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추가골

 
 우리의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고, 브라질의 플레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거칠어졌다. 연장을 가게된다면 선수들의 체력부담이 커진다. 이럴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영리하게도 그들이 경고를 받도록 플레이하였고, 브라질은 후반전에만 3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러던 후반 82분, 모든 브라질 선수들이 라인을 끌어올린 그 때..

한번의 롱패스를 받아 센스있게 마무리!

 
 브라질은 더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어, 그들은 이대로 경기가 끝나건, 추가 실점을 하고 끝나건 결과는 같은 처지가 되었다. 공격 숫자가 더 늘어났다. 이것은 우리가 가장 바라던 상황이었고, 롱패스와 발빠른 역습을 주 무기로 삼는 우리에게 가장 맛있는 먹인감이다.

후반전에 브라질은 옐로카드를 3장 받았다

 
 그리고 경기 종료가 가까워졌을때, 황희찬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 월드컵 해트트릭을 터뜨린다. 벤치에서 지켜본 나는 그것이 오프사이드인줄 알았으나 VAR판독 결과, 득점으로 인정되었다.

브라질의 공격을 역습으로 돌려서 그대로 돌려주는 플레이

 

해트트릭의 주인공 (얼굴이 하나도 닮지 않는.. 혹은 동명이인일지도 모르는) 황희찬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한국은 3분부터 72분까지 지옥에 머물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다.
 브라질을 꺾은 우리에게 이제,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자명하다. 우승이다.

스코어만 보아서는 이 경기의 재미를 알수 없으리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를 연달아 꺾은 러시아, 이란을 꺾고 4강에 오른 중국

 

스페인을 꺾은 슬로바키아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났다

 

나이 서른 다섯. 이번 월드컵이 손흥민 생애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외에 러시아, 중국, 잉글랜드가 4강에 안착했다. 다음 상대는 잉글랜드이다. 한가지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면, 조별리그에서 6골을 몰아 넣었던 해리케인의 득점포가 토너먼트 내내 터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그렇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뛸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잉글랜드만 이기면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 진출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결승에서는 한번 이겨본 러시아와 같은 아시아 팀인 중국을 만난다. 사람들은 4강전만 이기면 월드컵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하지만,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러시아와 중국도 그만한 자격이 있기에 올라온,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한 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축구협회에서는 나와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금까지 선수들과 함께 아시안컵 조별리그 4위 팀에서 월드컵 4위 팀으로 올라온 여정이 행복했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나와 선수의 머릿속에는 잉글랜드전에서 승리해야겠다는 집념만이 가득하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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