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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게임이야기

[FIFA21 커리어 연대기02] 대구와의 개막전

by 돌돌이_ 2020. 11. 25.
 축구시즌도 끝나서 할게 없어진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피파21 커리어모드를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긴장감을 주기 위하여 한일연합리그를 만들어 그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태국인 무명감독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일통합리그. 그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그 종착역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의 이름은 암푼쑤언 피유언. 과거 동남아시아 여러 곳을 전전한 미드필더 출신의 감독이다. 애칭은 "뱅"이라, 여기저기서 뱅으로 통한다.

태국에서 온 뱅 피유언 감독이 인천 감독으로 선임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축구리그를 합치며 재정합리화가 시작 되면서 인천 같은 시민구단은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구단측에서 나와 이야기 하기를 "지난 번, 인천유나이티드가 전지훈련을 와 나의 팀과 친선경기를 하였는데, 그 과정과 결과가 인상적이었다."라고 하였고, 대표님은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에는 적절한 자격증을 가진 코치진이 없다."고 하였지만, 내가 볼 땐 그냥 재정적 문제인 것 같다. 나도 지난 팀의 구단주와 불화 때문에 내 나라를 잠시 뜰 수 밖에 없었고, 인천은 싼 값에 나를 잡았다.

 생전 처음 나를 보는 직원들과 팬들은 불만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구단은 이미 임금체불중이었다. 내 선수시절과 포지션이 똑같은 김도혁이란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는 영어를 잘해, 틈만 나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결코 유쾌한 내용이 아니었다.

"믿을맨" 김도혁이 돈 안주면 떠난다고 으름장을 놓음! 인천 유나이티드! 설마 아직도 선수들 임금 체불 중이냐?!!
아길라르는 아예 다른 팀에서 위약금 지불하고 데려가겠다고 하네요. 우리 같은 거지팀은 막을 방법이 없어요

 나는 본래 메신저로 라인을 쓴다. 그런데 라인을 만든 한국에서는 정작 카카오톡을 썼다. 엘리아스 아길라르도 원래 왓츠앱을 썼는데, 한국에서 카톡을 깔았다고 한다. 나도 구단의 권고로 카톡을 설치했는데, 로그인 하기 무섭게 선수들로부터 불만어린 메신저를 받았다.

 아쉽지만 김도혁과 아길라르를 다른팀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인천에 대해 많이 알아보았다. 대부분 자료에서 인천이라는 팀은 돈은 없지만 팬층이 두텁고, 시설이 좋다고 하였다. 한발 더 나아가 나는 몇몇 선수의 별명이나 인지도에 대해서 까지 알아놓았다.

김도혁 선수는 팀 공헌도 '만' 봤을 때, 절대 없어서는 안될 존재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한/일 리그를 합치며 여러 규정을 맞추다보니 인천팀은 시의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두 선수에게 고마운 것은 비싼 몸값에 유럽으로 진출했다는 것. 김도혁은 터키리그로 갔고, 아길라르는 이탈리아 볼로냐로 갔다. 둘다 함께 했으면 하는 선수들이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큰 무대에서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은퇴하기 전에 와서 한두시즌 뛰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싶다.

 구단에서는 더이상 지출이 어렵다고 하여,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무직 선수들을 찾았다. 내가 잘 아는 태국 선수들은 월급을 맞추어줄 수 없어 영입에 실패했으나 몇몇 인도출신 선수들을 꼬드기는데는 성공하였다.

 베스트 일레븐과 일부 벤치 선수를 채워 겨우 구색을 갖추자,  어느새 개막일이 다가왔다. 상대는 대구FC였는데, 경기 전, 지언학이 톡을 보내왔다.

 

주전출전 시켜달라는 지언학

 우선 달래서 대화를 마쳤지만, 주전을 내보내지 않으면 인천을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길라르도 없는 마당에 소중한 공격자원을 잃게 되면 안된다 싶어, 베스트일레븐에 그를 포함시켰다.

 

 스테판 무고샤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한국리그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선수이다. 나는 그를 개막전에 출전시키려 하였으나,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일정 때문에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대신 최근 인천구단 차원에서 영입한 25번 타카르를 선발로 보냈다. 그는 집안이 부유하여 취미로 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 최근 유유자적 하던 중이었다. 나는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애초에 영입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으나, 구단에서는 저가에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고 하여 발벗고 나섰다. 이 모든 사실을 아는 타카르는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프로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개 해 주기 위하여 개막전 선발로 내보냈다. 그는 축구 이 외에도 살아나갈 길이 많았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고사 자리르 꿰찬 타카르. 그리고 아길라르 빈자리를 메꾼 지언학

 대구는 골키퍼 구성윤에, 공격수 투톱은 데얀과 에드가, 3-5-2를 들고 나왔다. 데얀... 듣자하니 그도 역시 인천이 발굴한 선수인데 어느새 황금기를 보내고 대구에서 말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반 종료 직전, "인도금수저" 타카르의 득점으로 인천은 1:0으로 앞서갑니다!
전반 한골이 결승골이 되어 개막전 첫승을 신고한 인천 유나이티드

 개막전이 승리로 끝났고, 나의 한국 프로리그 데뷔도 기분 좋게 시작하였다. 비록 이것은 타카르의 결승골에서 시작하였으나, 아직까지 나는 그를 신용하지 않는다.

 "타카르 선수가 무직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개막전의 압박을 견디며 골을 넣었나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당시 득점 장면에서 그 위치라면 누구라도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오히려 그 기회를 만들고 도움을 준 선수가 대단한 것이지. 항상 스포트라이트 받는 존재만 관심을 가지는 기자를 우리같이 가난하고 하위권을 맴도는 구단에서는 싫어한다라고 대답하였다.

 감독 자질적 문제일 수도 있는 생각이지만, 나는 타카르가 압박감에 실수하여 구단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영입이 실패했음을 시인 하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치면, 나 또한 나의 판단미스를 시인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단 또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멀리서 보기에는 행복한 1:0 승리의 성공적인 개막전이지만, 나는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였다.

 

<다음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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